100년이 넘게 이어지던 부의 거리는 일제강점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골목 벽화로 그 시절 이야기를 전한다.
팔부자거리 옆, 팔달노인복지관 뒷편 골목은 ‘문구 거리’다.
학생이 많아지고 각자 준비해야 하는 학용품이 많았던 1980년대 문구점들이 이 골목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전성기에는 20여 곳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도 10여 곳이 남아 있어 구경하다 보면 수십 년 전 추억이 깃든 보물을 찾을 수도 있다.
‘매향교’를 기점으로 남쪽에는 현재의 시장들이 밀집해 있다.
매향교는 원래 화성을 축성할 때 잡은 물길 위에 놓였던 다리로 원래 이름은 오교였다.
수원화성 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다리이며 나무다리였다가 돌다리로 지금은 다시 콘크리트 다리로 돼 차량도 오간다.
매향교에서 수원천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눈에 띄는 규모의 건물은 ‘수원사’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4월 8일 당시 용주사에서 ‘수원불교포교소’로 세웠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지키는 원찰로 삼은 용주사에서 세운 포교당인 셈이다.
건너편 서쪽은 그 유명한 ‘수원 통닭거리’다.
수원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우시장을 기반으로 한 갈비 외에 통닭이 떠오르게 한 중심지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매향통닭, 왕갈비통닭의 원조 격인 남문통닭, 평일 낮에도 만석을 자랑하는 진미통닭, 장안통닭, 용성통닭 등 각각의 독특한 풍미와 맛을 자랑하는 통닭집이 즐비하다.
통닭거리는 특히 지난 2019년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으로 유명세를 더해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통닭거리 구석구석을 지나 도착하는 ‘팔달문’은 물자와 사람이 활발하게 오가는 사통팔달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원래 탑산이던 팔달산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조선의 시작인 태조 때로 기록돼 있다.
태조가 개국 후 이고라는 사람을 관직에 불렀으나, “사통팔달로 시야가 트이며 아름다운 이곳에 사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사양하자 화공을 시켜 탑산을 그려오게 한 태조는 이를 보고 “역시 아름답고 사통팔달한 산”이라며 팔달산이라고 명명했다.
수원화성의 남쪽 문인 팔달문 역시 이 이름을 따랐고 사통팔달로 백성을 더욱 살기 좋게 하려는 정조의 깊은 뜻이 담긴 셈이다.
팔달문과 수원천변을 중심으로는 9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수원 뿐만 아니라 경기도의 대표적인 거점시장인 ‘수원 남문시장’이다.
보통의 시장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데 비해 수원남문시장은 정조대왕의 어명으로 4일과 9일에 서는 5일장으로 조성돼 문밖 장으로 불렸다.
성안에는 전국의 부자들을 불러 모아 시전을 설치하고 남문 성밖에는 5일장을 만들어 사통팔달의 중심이 되게 했다.
영동시장 등 9개 시장의 발원인 셈이다.
‘수원 주막에서 난 소문은 삼남까지 간다’는 말이나 인색하고 얄미운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수원 깍쟁이’라고 부른 것 등이 수원이 대표적인 상업 도시였음을 드러낸다.
문밖 장인 수원장은 100년여를 이어지다 1919년 1월 17일 ‘영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등록됐다.
9개 시장은 주요 취급 품목이 달라 각각의 특색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수원천을 중심으로 동쪽엔 영동시장에서 밀려난 영세 노점상인들이 골목에 자리를 잡고 앉았던 자리에 ‘못골시장’은 생기가 넘치고 부도 위기의 상가 운영권을 지켜낸 상인들이 순대를 품목으로 선정한 특화시장인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은 두 시장 사이에 정겨운 이웃들이 오가는 곳이다.
서쪽에는 팔달문시장과 남문패션1번가시장, 시민상가시장, 영동시장, 남문로데오시장 등이 위치한다.
남문 일대 시장들은 1980년대에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초대형 상권이었으나 대형마트 등에 밀려 고전하다가 현대화사업 등 다양한 지원과 자구 노력으로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시장 구경을 마무리할 즈음에 만나는 ‘거북산당’은 수원의 대표적인 마을굿 중 하나인 거북산당 도당굿을 행하는 당집이다.
마을의 안녕을 빌던 굿으로 매년 시월 초이렛날 화재가 없고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영동시장 당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 시장은 구천동 공구시장이다.
남문시장 중 하나지만 성 밖 수원천을 따라 구천교와 매교사이에 있다.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대 말부터 시장화돼 산업화와 함께 크게 번창하며 1980년대에는 100곳이 넘는 공구 가게가 밀집했다.
현재는 70여 곳으로 줄었지만 유유히 흐르는 수원천 옆에서 50년 넘게 영업해 온 대장간에서 대장장이의 담금질을 구경할 수 있다.
사통팔달 수원의 이야기를 포함해 수원지역 근대사를 따라가는 ‘수원의 근대를 걷다’ 순회전시는 6월 26일부터 7월16일까지 도이치 오토월드 1층 로비에 전시된다.
이어 7월 17일부터 8월6일까지는 수원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 펼쳐진다.
수원시 관계자는 “정조의 애민정신으로 사통팔달 이어지는 물자와 사람이 활발하게 오가는 세 번째 인문기행 코스를 통해 역동적이고 활기찬 수원을 느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